환경영화 더 재미있다 서울환경영화제 감동까지 두배
김영민 기자
news@chemie.or.kr | 2016-04-05 18:46:02
개막작 마이클 무어 감독 '다음 침공은 어디?' 로 수작 선정
한국 환경영화 김기덕 감독 스톱, 김환태 감독 핵마피아 등 눈길
[화학신문 김영민 기자] 함께 사는 지구를 위한 영화로부터 선언이 됐다.
바로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한국 영화팬들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세계적 거장인 미카엘 글라보거, 파트리시오 구즈만 감독의 작품들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아시아 최대의 환경영화제로 손꼽히는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www.gffis.org)'가 4월 5일 오전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영작과 행사 개요, 영화제 프로그램 등을 공개했다.
기자간담회에는 김원 조직위원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집행위원장), 맹수진 프로그래머, 방송인 줄리안이 함께 자리했다.
올해 열리는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지난 12년간의 축적된 시간들을 다시 되돌아보며, 발 빠르게 변해가는 세계의 환경 이슈를 대중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많은 변화를 시도한 부분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단순하게 상업적인 할리우드식 영화에 맛이 길들어진 국내 영화팬들을 만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영화단편보다 장편영화 상영 수를 늘렸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세계적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각 섹션에 배치하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골라 볼 수 있도록 작품의 선택폭을 넓혀 벌써부터 흥행몰이가 예고된다.
올해 상영작은 40개국 85편(장편 50편, 단편 35편)이며, 8개의 섹션으로 나눠져있다. 환경영화의 관객층을 확장하기 위해 ▲국제환경영화 경선 ▲한국환경영화의 흐름 ▲지속가능한 삶 ▲공존의 삶 ▲문명의 저편 ▲포커스-세계화의 오늘 ▲포커스-쟁점2016 ▲에코그라운드 등 8개의 섹션으로 전면 새단장했다.
특히 개막작으로 뛰어난 연출력과 튼튼한 시나리오로 무장해 흥미를 유발할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 작품이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 (Where to Invade Next)'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자인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15년도 신작품이다.
영화내용을 살짝 공개하면, 펜타곤에 자기가 한 명의 전사가 돼 멀리 있는 나라들을 점령하겠다는 제안으로 시작한다. 이 미션에 세 가지 규칙이 있다. 누구에게도 총을 쏘지 말 것, 기름을 약탈하지 말 것, 그의 친애하는 미국인들에게 유용한 것을 가지고 돌아올 것. 이 지구상 어딘가에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풀어줄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믿었기에 감독의 여정은 시작된다.
이탈리아의 휴가제도, 프랑스의 학교 급식, 핀란드의 교육제도, 독일이 과거의 잘못에 접근하는 법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양성평등까지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좀 더 나은 삶과 노동 환경 사례들을 카메라에 담고, 그만의 유쾌한 시선으로 미국의 사회문제들을 재해석했다.
이미 무어 감독은 할리우드 상업영화에서 이단적인 존재로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비판적으로 인식을 스크린에 녹여서 국가와 사회, 인류의 문제를 함께 풀어 보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화씨 9/11'과 '볼링 포 콜럼바인'을 제작했고 현재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감독 특유의 파괴적이고 유쾌한 느낌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환경영화제 답게 환경 이슈뿐만 아니라 삶의 환경 전반을 아우르려는 환경영화제의 변화 방향을 압축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 경선 부문에 111개국 1341편이라는 환경영화제 사상 역대 최고 규모의 작품들이 응모하는 성과를 거뒀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환경영화의 제작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 다양한 장르, 다양한 국적을 아우르는 출품작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20개국 19편(장편 9편, 단편 10편)이 선정됐다.
올해 출품작들의 경향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핵 신화를 해체하고 탈핵 사회를 모색, 기후변화 및 무분별한 개발이 야기한 물 부족 문제를 고발, 20세기형 산업화 모델인 화석 시대의 개발에 종언을 고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 및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영화들이 두드러졌다.
올해 장편 경쟁 선정작들은 이슈에 대한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시각과 함께, 주제를 구현하는 적합한 미적 형식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영화들을 선정했다.
한국 환경영화를 알리고, 환경영화를 만드는 국내 감독 및 제작자들에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영화제에서 국내 감독들이 내놓은 7편의 장편, 5편의 단편영화가 소개된다. 이 중 5편은 서울환경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로서 서울환경영화제에 대한 창작자들의 부쩍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인 김기덕 감독을 비롯, 김태용 감독, 황철민 감독, 민병훈 감독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하면서 한국영화의 허리 역할을 해온 중견 감독들의 출품이 두드러진다.
김기덕 감독의 '스톱 STOP'과 김환태 감독의 '핵마피아 Nuclear Mafia'는 '원자력발전'이 야기하는 묵시록적 세계를 경고메시지를 담았다.
김정인 감독의 '내사랑 한옥마을 Dearest, Hanok Village'과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Still and All'는 문화관광상품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지역 개발 사업 속에서 토착민들이 밀려나고 자본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과정을 오랜 시간의 관찰을 통해 성실히 보여준다.
황철민 감독의 '해파리의 노래 Song of a Jellyfish'는 4대강 개발의 문제점을 감독 특유의 영화적 표현으로 풀어냈다.
박배일 감독은 밀양 송전탑 투쟁을 그린 일련의 작품들에 이어 부산에 위치한 탁주 제조사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깨어난 침묵 After Breaking the Silence'으로 다시 한번 서울환경영화제를 찾았다.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섹션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지속가능한 삶'은 먹거리, 웰빙-웰다잉, 대안적 건축 등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모색하며, '공존의 삶'은 기존의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을 확장한 섹션으로 인간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공존의 가치를 역설하는 작품들을, '문명의 저편'은 산업화 속에서 사라진 가치들을 되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환경영화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기 위해 포커스 섹션도 강화했다. '포커스 - 세계화의 오늘'은 세계화의 물결이 어떻게 삶의 환경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보기 위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미카엘 글라보거 (Michael GLAWOGGER) 감독의 작품을 소개한다. '세계화 3부작' 대도시 Megacities, 노동자의 죽음 Workingman's Death, 매춘의 그림자 Whore's Glory는 전 세계 대도시를 넘나들며 하층민들의 삶에 드리워진 그늘을 기록한다.
'포커스 - 쟁점 2016'은 동시대의 환경이슈를 정면으로 응시,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파트리시오 구즈만 (Patricio GUZMÁN) 감독의 연작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 Nostalgia for the Light'와 '자개단추 The Pearl Button'를 상영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서구의 식민 지배가 토착민들에게 야기한 문제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관점에서 통찰한 수작이다.
맹수진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환경 문제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도 이제 환경을 삶의 문제와 연관 짓는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고 있는 만큼,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할 수 있는 폭넓은 주제의 환경영화를 상영해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서울환경영화제는 에코 프렌즈 홍보대사로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를 위촉했다. 줄리안 퀸타르트는 비정상회담 등에 방송작품에 활동중이다.
그는 그동안 방송과 SNS를 통해 기후 변화 등 환경 이슈와 관련된 자신의 관심과 생각을 지속적으로 밝혀오며 환경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해온 바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회측은 해마다 환경에 관심이 있고 대중적인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대중문화계 인사를 에코 프렌즈로 위촉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울환경영화제를 알리고 생활 속 친환경 실천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만 보는 인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그야말로 봄날의 가족과 연인, 친구들끼리 환경이 우리에게 행복함을 주는 축제를 만들었다.
전시, 공연, 체험활동 부스로 이뤄진 야외 행사는 영화제 기간 동안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광장에서 펼쳐진다.
'놀수록 지구에 이로운 놀이터'를 주제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이를 통해 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환경 이슈들을 반영, 환경문제와 대중 사이의 간격을 좁혀나갈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친환경 웨딩을 체험하는 '하얀 놀이터', 친환경 디자인과 공예를 직접 해보는 '파란 놀이터'. 독서 문화 확산과 헌책 나눔 활동에 참여하는 '초록도서관'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비롯해, 누구나 손쉽게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전단 재사용 캠페인', '분리배출 캠페인' 등이 진행된다.
더불어 나른한 봄날,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는 '런치타임 콘서트'도 마련돼 있다.
김원 조직위원장은 "지난 12년을 거치며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서울환경영화제가 올해는 환경 이슈는 물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먹거리, 교육, 근로환경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미래를 위한 대안적 삶의 양식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누구나 함께 즐기는 축제의 성격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 포스터는 '이제석광고연구소'(이제석 소장)이 작업했다. 이번 포스터는 서울환경영화제를 간결하게 배치하는 것으로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했다.
봄의 생기와 활기가 느껴지는 핑크색을 바탕으로 '나뭇잎'과 '새'를 동시에 표현하는 환경재단의 로고를 중심에 놓음으로써, 환경재단이 영화제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려 했다.
인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미니멀한 디자인이야말로 '있는 그대로'를 추구하는 자연의 가치이며, 그것이 바로 서울환경영화제가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를 꼭 닮은 포스터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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