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 한국기업 효자시장 두 얼굴

김영민 기자

news@chemie.or.kr | 2016-10-23 19:04:11

베트남 소비 핫트렌드 분석, 삼성스마트폰 노키아에 뒤져
가격보다 '가성비', 지친 현대인의 감성 자극 아이템 인기
베트남시장 진출 시, 현지 소비자 의식 변화 유념 읽어내야

[화학신문 김영민 기자]호찌민과 하노이의 2016년 소비 트렌드 무조건 싼 것보다는 '가성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시장중 가장 큰 소비규모다.

베트남의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호찌민과 하노이 두 도시가 베트남 경제 중심이 되고 있다. 제1의 경제도시인 호찌민은 베트남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도시이자(2015년 기준 5538달러) 외투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지역이다.

그만큼 소비시장 흐름이 강하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한류 영향력이 가장 큰 도시로 호찌민에 비해 하노이 소비자들은 절약정신이 강하지만 겉모습을 중시해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선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최근 나온 세계은행 보고서는 호찌민과 하노이를 중심으로 소비자 기호와 의식변화을 엿볼 수 있는 2015~16년 사이 현지인들의 큰 이목을 끈 일부 품목 및 소비 트렌드를 내놨다.

KOTRA 윤보나 호치민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내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가성비 좋은 OPPO F1s 스마트폰으로 FPT 매장 최다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OPPO의 F1s은 베트남 정식 출시일인 2016년 8월 11일부터 9월 사이, FPT 매장에서 최다 판매된 스마트폰이다.

또한, 이 스마트폰은 OPPO가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모델이기도 했다. OPPO가 다양한 제품라인을 갖춘 삼성,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 iPhone, 그 외 저렴한 다수 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최저가'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중시하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했기 때문이다.
 
FPT의 인기 이동통신기기 순위는 (2016년 8월~9월 셋째 주) 노이카(Nokia) Lumia, 3위는 iPhone 5s, 5위는 삼성 Galaxy J7 순으로 나타났다. 최저가보다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대세가 입증되고 있다.
 
FPT Shop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판매된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이 420만 동(200달러)에서 2016년 500만 동(250달러)으로 증가했다.

FPT Shop는 2016년 9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더 이상 300만 동(150달러)선의 최저가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GfK는 2016년 시장조사를 통해 최저가 스마트폰이 여전히 점유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그 비율은 명확히 감소 중이며, 대신 400만~600만 동(200~300달러)과 800만~1000만 동(400~500달러)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비율이 1년 사이 각각 3%씩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최근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시스템 작동이 부드럽고 카메라 기능이 향상된 제품이 대세라고 전한 바 있다. 카메라는 8메가 픽셀~13메가 픽셀대의 것들이 수요가 높았다. OPPO F1s의 인기비결은 핵심 기능에 있다. 가격대비 Selfie Expert(셀카기능)이 크게 한 몫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Cimigo는 2016년 상반기 베트남의 10가지 시장 트렌드 중 하나로 온라인을 통한 self-expression(자기표현)'을 지목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인 Q&Me는 15세 이상의 현지 남녀 550명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여성 72% 그리고 남성 55%가 자가촬영사진을 즐긴다고 보고했다.
 
베트남인들이 즐기는 음식이 된 한식의 베트남화, 매운 라면 'Mi Cay'다. Mì Cay(미 까이)는 2015년 하반기부터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식으로, 한국의 부대찌개와 매우 유사한 이 면 요리다. 이 음식이 시장에 등장한 초기, 판매자들은 단계별(총 7단계) 매운 맛에 도전하는 대회와 우승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도전 욕구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목을 끌었다. 보통 한 그릇당 3만~4만 동(1500~2000원) 선으로, 베트남인들이 끼니로 즐겨 찾는 쌀국수와 가격이 비슷한 부분에 주효했다.
 
국내 오뚜기 부대찌개라면이 뜬 이유처럼 주 내용물에 라면과 햄, 해산물이며, 김치를 곁들여 요리하는 곳도 흔하게 늘고 있다. 김치는 동네마트에서 유통될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친숙하고 보편화된 한식 중 하나다.  베트남 현지 소비자들도 더 이상 거부하지 않는 김치가 첨가된 국물 요리를 즐기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한 술 더떠 음식을 담는 그릇은 베트남의 전통 뚝배기나 일반적인 국수 그릇이 아닌, 한국의 것을 고집하고 있다.
 
미 까이 음식점들은 주로 중부지역과 하노이, 호찌민에 집중돼 있다. 베트남에서 Hue 성(province), Da Nang 시를 비롯한 중부 출신들이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는 설이 있다. 베트남 중부지역은 국내에서 해산물로 유명한데,베트남식 해산물 요리는 매운 맛을 강조한 것들이 많기 때문. 
 
건강인식도 확산되면서 '차(Tea)' 음료를 선호하고 있다. 전체 음료시장 중 '차 음료' 부문 성장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Euromonitor(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베트남 전체 음료시장 규모는 48조995억 동(약 2조4050억 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약 2배 성장, 2015년 전체 음료시장 중 '차 음료'부문의 성장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최근 5년간 베트남 음료시장에서 스포츠 음료, 탄산 음료 등의 판매 비중은 동일하거나 감소한 반면, 차 음료와 주스의 판매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생각이 소비문화도 바꾸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베트남인들의 건강식품 구매 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음료 구매 시에도 설탕이 과량 첨가된 음료나 건강에 해롭다고 인식된 탄산음료의 대체재로 차를 선택하면서 지금과 같은 차 음료의 전성기가 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차는 전통적으로 현지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음료이며, 베트남에서 보편적으로 녹차, 우롱차, 허브 차가 몸에 이롭다는 인식이 있다.

2016년 기준 닐슨의 보고에 따르면, 베트남은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 제고로 74%의 소비자가 식품 구매 이전에 영양성분 표기를 자세히 읽는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변화는 베트남인들이 패션이다. 보편적인 차림이였던 시원한 샌들보다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를 선호하고 있다. 열대 기후를 지닌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는 가락신(일명 조리)과 샌들이 가장 보편적인 신발 종류다. 

 
하지만 10~20대의 현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NIKE, Adidas, New Balance 등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 운동화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Euromonitor는 이러한 현상이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미국, 유럽, 한국 패션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베트남 내 Adidas 매장은 최근 2년 사이 매장 수가 2배 증가했다. 2013년 45개에서 2015년 95개로 늘었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이 실시한 인터뷰에 따르면, 호찌민시에 거주 중인 한 20대 여성은 "이전에 샌들을 즐겨 신었으나, 요새는 운동화를 더욱 많이 신는다. 몇 년 사이 운동화를 판매하는 가게도 늘었다. 온라인 연예 뉴스를 통해 할리우드, 한국, 베트남 연예인들의 사진을 볼 때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건강하고 활발한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운동화가 편하고, 꼭 정품 브랜드 운동화가 아니더라도, 시중에 40만~50만 동(2만~2만5000원)의 모조품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 현지 소비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베트남의 큰 변화는 아파트 재건축 붐이다.

베트남에서 지하철 공사와 부동산 붐으로 인해 아파트와 건물이 대량 신설됨에 따라, 깨끗하고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새 집을 찾아 이사하는 현지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소 20~30년 된 호찌민시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골칫거리가 되는 듯 싶었으나, 2015년부터 소규모의 개인 가게들이 하나하나 입주하며 또 다른 의미의 아파트로 재탄생하고 있다.
 
베트남의 구식 아파트들은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의 산물 중 하나로, 건축 양식이 특이하고 대부분 층수가 높지 않다.

또한 대도시 내 오래된 아파트들은 중심지와 매우 근접해, 위치가 아주 좋다. 발코니가 있는 거리 방면의 아파트들은 카페가 주로 차지하고. 발코니와 창문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 카페에서 거리를 구경하는 것을 선호하는 현지인들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고, 개성 있는 외관 인테리어로 행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호찌민시에서 대표적으로 탈바꿈한 아파트들은 1군 내 Pasteur Street, Ton That Dam Road, Nguyen HueStreet 등에 위치하고 있다.
 
구식 아파트에 카페를 창업한 한 베트남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도시 중심지에서 좋은 위치는 대형 카페들이 차지하고 있고, 임대료도 매우 비싸다."고 또한 "오래된 아파트들은 공간이 크지는 않더라도, 임대 계약기간이 길고 임대료도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라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급속한 현대화에 지친 베트남, 옛날 감성 찾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스타벅스 사이에서 당당히 자리 잡은 현지 빈티지(Vintage) 카페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의 외국계 대형 카페들 사이에서도 '옛날 베트남', '빈티지' 콘셉트를 강조한 현지 카페들이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2016년 7월,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NYDC가 베트남에서 최종 철수한 것과는 달리, 대도시 골목에 자리잡은 '허름하지만 세련된' 옛날 카페들은 현지 소셜 네트워크에서 꾸준히 공유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Cộng Caphe(꽁카페)는 하노이를 시작으로 현재 베트남 전역에 총 20여 개의 지점을 둔 대표적인 현지 카페 중 하나다. 이 카페는 1980년대 문호 개방 이전 베트남 사회주의 시절의 분위기를 구현하고, 그 당시의 향수를 자극하는 종업원 유니폼, 골동품 등의 소품 및 인테리어로 콘셉트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 과거 트렌드를 닮아가고 있다. 가격을 최우선시 하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가격 대비 품질과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찾는 현지 소비자들이 눈에 띄고 있다. 또한, 급속히 변하는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베트남 대도시 소비자들은 정신적으로 위안을 주는 옛날 감성의 아이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물건 구매 시 여전히 가격에 큰 구애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가 제품보다는 중저가 스마트폰의 인기, 차 음료 선호도 증가, 식품안전 스캔들 사례 등은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코트라 호지민 무역관 관계자는 "베트남 소비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할 정도로 잠재력이 높다.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소비시장 진출 시 현지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 및 소비의식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의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 Cộng Caphe(꽁카페)의 전경 <사진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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