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에서 지식재산권(유럽특허, EU 공동체 상표, EU 공동체 디자인, 저작권)을 등록하면 지식재산권은 보호되지만, 이를 보유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지재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가령 자사 모조품이 도매상에 판매되는 상황을 포착하고 침해 증거를 확보한 뒤 지재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을 땐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고 시장에서의 제품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유럽 시장에 힘들게 진출해 자사 제품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울인 노력이 모조품 및 지재권 침해 때문에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 동안 투자한 시간과 자본, 그리고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으려면 유럽에서 탁월한 제품 판매로 경쟁에서 승리할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의 핵심 요소인 지적재산권을 잘 보호하고 예상치 못한 침해를 막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예방하려면 간접적인 등록 보호만이 아니라 직접적 보호가 필요한데, 세관에서 “신청에 의한 세관조치”를 이용하면 물밑들이 수입되는 모조품의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 전 유럽연합의 세관은 직권으로도 모조품 단속을 하긴 하지만 현재 직권으로 단속하는 모조품 감시는 약 2.5% 미만이다.
따라서 97.5%의 유럽 각국의 세관의 단속은 지재권 권리자의 요청으로 시작된다. 세관단속조치는 각 수출입세관에서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어 있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모조품을 발견하고 이를 권리자에게 통보함으로써 개시된다.
스페인의 경우 아프리카와 근접한 카나리아 반도 및 멜리야·세우타 등의 항구 등을 통해 아프리카로 보내지는 모조품 및 지재권 침해제품이 많기 때문에, 스페인 세관에서의 단속은 유럽에서 출시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기업에게 모조품 유통을 방지하는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사료된다.
국내기업이 EU 공동체 상표, EU 공동체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을 시에는 전 유럽 연합에서 지재권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고 EU 전 회원국에서 보호 받을 수 있다.
또한 전 유럽의 세관에서도 한 번의 신청을 통한 “세관단속조치” 신청이 가능하다. 세관조치 신청은 권리자 또는 대리인이 스페인 세관 또는 EU 회원국 세관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세관조치 신청비용은 아주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게도 비용 부담이 없다.
세관조치 신청서에는 세관이 해당 상품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 대리인 위임장, 지재권 등록증, 지재권에 대한 설명 및 기타 정보, 연락처 및 대리인의 주소 및 정보 등을 기재해야 한다.
신청이 접수된 지 약 한 달 내에 세관에서 단속신청에 대한 결정을 하는데 세관조치가 결정되면 1년간 해당 물품이 통관되는지 세관에서 감시하게 된다. 계속 세관조치를 원하면 이 결정문을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한 회원국의 세관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유럽 회원국 세관에서 자사 모조품 감시를 원할 시에는 한 번의 유럽세관감시 신청으로 이런 단속이 가능하다. 다만 신청서에 유럽 개별국의 대리인 주소 및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 이는 각 국가의 세관에서 자국 대리인에게만 전달할 수 있다. 세관은 침해상품 및 모조품 발견 시 권리자 및 소유자에게 세관조치 사실을 통지하고 물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권리자는 통관 보류 중인 물품을 검사할 수 있으며 검사로서 침해 여부를 확인 가능하다.
또한 침해제품으로 추정되는 상품들이 통관 보류되면서, 보류 기간 동안 침해제품 구입자 또는 수입자와 합의를 할 수 있고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 시에는 형사적 고발 또는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때 수입자와 합의했을 경우 침해제품을 간이 처분(폐기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도 세관조치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침해물품의 폐기를 위한 기간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는 반면, 유럽연합은 담보가 필요 없이 권리자의 보증만으로 통관 보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의 폐기를 위한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유럽연합은 수입자가 동의할 시 단속 통보를 받고 10일 내에 침해제품을 폐기할 수 있다.
스페인 및 타 유럽 국가에 회사의 주소지가 없는 국내기업들은 유럽 내에 지재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직접 모조품 감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힘들게 유럽에 제품을 홍보하고 진출해 노력의 결실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타 기업들이 제품을 베껴 판매하면 얼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충치 예방처럼 세관조치 신청을 통해 수입되는 침해제품을 단속하고 감시하는 것이 해외 투자와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KOTRA 마드리드무역관 이윤교 전문위원